[중앙이코노미뉴스 송태원] 정부가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을 의무화하는 로드맵을 공개한 가운데 비용 방어력이 약한 저비용항공사(LCC)부터 재무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CC 업계는 실적 부진·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SAF 도입으로 인한 추가 재무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보조금 확대와 과징금 축소 등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 1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SAF 혼합의무화제도 로드맵’을 발표했다. SAF는 폐식용유(UCO)·동물성지방 등 비화석 원료로 만든 항공유로 항공 부문의 탄소감축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2027년 1% 혼합 의무 확정(공급자 기준) ▲2030년 3~5%, 2035년 7~10% 범위에서 국내 생산능력·해외 의무 수준·시장 여건을 보고 상향 확정하는 것이 로드맵의 핵심이다. 공급의무 대상은 항공유 공급자인 석유정제업자·석유수출입업자이며, 연간 국내 공항의 국제선 항공유 공급량 대비 연간 국내 SAF 공급량을 기준으로 의무 이행을 인정한다.

이와 함께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은 연간 급유량의 90% 이상을 해당 출발 공항에서 SAF가 혼합된 항공유로 급유하도록 했다. 다만 정부는 급유의무 이행실적 관리 시스템을 2027년까지 구축해 2028년 상반기 시범 운영을 거친 뒤 2028년부터 본격 적용할 예정이며, 급유의무 미이행에 따른 과징금 부과는 1년간 유예한다. 과징금은 해당 연도 SAF 평균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최대 150% 범위에서 산정한다. 

제도 초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유연성 장치도 병행한다. 전체 이행량의 최대 20%를 최장 3년까지 다음 연도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하고,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될 때는 해당 연도의 의무비율을 한시적으로 낮추는 조정 제도도 검토한다.

LCC, 실적 악화·SAF 확대에 재무 부담 악화 우려..."실질적 지원 필요"

이처럼 정부가 친환경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LCC 업계에선 SAF 도입이 실적 부진으로 약화된 재무 상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열린 SAF 혼합의무화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정부는 로드맵을 사전 공유하며 항공사 부담 추정치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11개 항공사 기준으로 의무비율 1% 적용 시 총 추가 비용은 약 920억원, 3% 적용 시 약 3200억원, 10% 적용 시 약 1조2500억원으로 제시됐다. LCC의 경우 항공기 규모와 운항 대수, 계약 단가 등을 감안할 때 회사별로 연 30억~8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기엔 LCC 업계의 실적 여건이 녹록지 않다. 올 2분기 상장 LCC 4사가 모두 영업적자를 냈다. 각각 제주항공 419억원, 티웨이항공 780억원, 진에어 423억원, 에어부산 111억으로 집계됐다. 가뜩이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SAF 비용까지 얹히면 ‘업친 데 덮친 격’이라는 분석이다.

LCC 업계 관계자는 “SAF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고, 탄소감축·ESG 측면에서 회사의 이미지 개선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면서도 “다만 현재의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LCC의 경영 여건을 고려할 때 혼합의무 확대 속도 조절과 실질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공항공사·항공사가 비용을 나눠 부담하기로해 2030년까지 운임 인상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의무비율이 올라갈 수록 기본 운임과 부가요금에 점진적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른 LCC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유업계가 인프라 구축을 통해 SAF 공급 가격안정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다만 공급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거나 의무비율 상향 속도가 빨라질 경우, 기본 운임과 부가요금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공급가 안정이 관건...정유업계, "SAF 전용 설비 투자 위해 세제 지원 필요"

가격 안정화의 관건은 공급 측에 있다. SAF는 초기 생산 비용이 큰 연료다. 공정이 복잡하고 초기 설비투자 부담이 커 공급단가가 일반 항공유의 2~3배에 이른다. 국내 정유사들이 현재 코프로세싱으로 대응하는 것은 혼합 1% 수준까지의 초기 의무를 버티기 위한 조치에 불과해 이를 넘어서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전용 설비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용 설비 전환에는 수천억~1조원대의 설비투자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는 초기 투자비 부담을 낮추고 조기 양산을 위한 세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설비만으로는 SAF 증산 여력이 제한적한 만큼, 전용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 직접적 비용 완화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이같은 업계 요구에 발맞춰 초기 부담을 낮추기 위한 운임 인상 억제·비용 분담·유연성 장치를 병행하고, SAF 얼라이언스 운영과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통해 R&D·설비투자 세제·정책금융 지원을 검토·확대하는 방향으로 생산비 하향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가격·공급 변수와 제도 설계가 구체화돼야 하는 만큼, LCC 업계는 사업 방식·이행 절차·인센티브 기준 등 세부안이 확정될 때까지 일단 관망하며 정부의 후속 절차를 지켜보고 있다.

한 LCC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SAF 사용 흐름이 이미 자리 잡았고, LCC도 정부의 친환경 전환 정책 기조를 따르는 방향”이라며 “정부와 협력을 이어가되, 세부 제도와 지원책이 확정되면 그에 맞춰 대응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