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과 새만금국제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등 신공항 사업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며 국내 지방공항 건설 체계에 관한 회의론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지방공항 신설을 결정하는 데 경제·환경적 고려보다 정치적 타산이 과도하게 반영돼 정확한 사업성과 수요 추산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날 울릉·흑산공항의 여객수요를 재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대안을 논의 중이다. 흑산공항은 타당성 재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울릉공항은 공정률이 이미 70%에 가까운 만큼 즉각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는 최근 지방 신공항과 관련한 암초를 잇따라 맞닥뜨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조류충돌 위험성이 부실하게 평가됐고 경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12일 새만금공항의 기본계획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을 내렸다. 가덕도공항은 수의계약 당사자인 현대건설이 짧은 공사기간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유로 떠나 5개월여간 사업이 표류 중이다.
문제가 된 신공항들은 충분한 검증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덕도공항은 특별법을 통해, 새만금공항은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국가정책적 추진 필요가 있다'며 각각 예비타당성(예타) 조사가 면제된 사업들이다. 울릉공항과 흑산공항은 일반적 절차대로 추진되긴 했지만, 감사원은 정부가 당초 추산한 두 공항의 여객 수요가 전문기관을 통해 산정한 것보다 최대 6배 부풀려졌다고 결론 내는 등 검증 과정에서의 왜곡이 확인됐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치적 의지로 강행되다보니 지역적 산업·인구 특색이나 수요를 다양한 기준에 따라 검증하지 않는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법적 과정을 모두 거쳐 어렵사리 설립된 공항이라도 수요가 뒷받침되는 곳은 손에 꼽는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15개 공항 중 지난해 흑자를 낸 공항은 인천·김포·제주·김해국제공항 4곳뿐이고 나머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4년 개항 이후 10년간 한 차례도 영업이익을 남긴 적이 없이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률 -2,859%를 기록한 양양국제공항 등 상황이 심각한 곳도 있다. 신공항 사업에 참여하는 정부 관계자까지 "타당성 검토 단계에서 충분한 논쟁이 이뤄지지 않는 관행은 아쉽다"고 토로할 정도다.
'짓기만 하면 그만'인 공항 신설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해 4월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비 등 재원을 분담해 책임과 권한을 나눠 지역 주민 수요를 적극 반영하도록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윤 교수도 "무리하게 지은 특정 지방공항의 적자를 모순적이게도 다른 지역에 사는 국민 세금을 함께 투입해 짊어지고 있다"며 "공항은 다른 시설과 달리 사업비 규모도 크고 수요를 개선하기 쉽지 않은 만큼 '예타 면제'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